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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향은 감귤의 고장 제주도에서 ‘부와 명품의 향기’를 지닌 과일로 통한다. 이 황금향을 서울 턱밑 평택으로 들여 본격적인 수확을 앞둔 이가 있다. 청년농업인 이정민, 머지않아 황금알로 바뀔 굵은 땀방울을 쏟으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가는 그를 만났다.

글_김흥선 기자 농민신문 khs6666@nongmin.com

■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부의 길을 선택하다

평택시 팽성읍에서 농업회사법인 오성황금향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민 대표(30)는 서울내기다. 강남구 세곡동에서 화훼를 했던 부친(이강민·62)이 이곳에 농지를 마련하면서 2001년 이사와 평택 사람이 됐고, 어깨너머로 꽃농사를 배우며 자라다 한국농수산대학까지 졸업한 엘리트 농업인이 되었다.
이정민 대표는 부친의 영향을 받아 2008년 호접란을 재배하며 본격적으로 농업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꽃 수요와 밀접한 건설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16년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마저 시행됨으로써 선물용 위주인 호접란 매출이 타격을 받게 되자 품목 전환을 고심하다 감귤류와 수박으로 눈을 돌렸다.
품목이 정해지자 이 대표는 2016년 11월 호접란 규모를 4,000㎡(1,200평)가량 줄이고 대신 만감류인 ‘황금향’ 600여 그루를 식재했다. 그리고 올해 5월에는 나머지 1,650㎡(500평)의 호접란을 완전히 정리하고 미니수박인 ‘비너스’를 심었다.
다행인 점은 자기 소유 땅에 호접란을 재배하던 하우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보온다겹커튼·전기온풍기·펠릿보일러 등도 이미 갖추고 있어 대규모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금향과 비너스 농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인부를 쓰지 않고, 아직 미혼인 이 대표가 부모님과 함께 오롯이 감당한다.

■ 인근 기업체와 학교 대상 ‘로컬푸드’ 꿈꿔

이 대표는 “황금향은 지난해 소량이지만 첫 수확을 해 자신감을 얻었고, 올해 본격 생산에 들어가 6t쯤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비너스 수박도 가을까지 3회전 생산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 황금향과 비너스는 어떻게 판매하려는 것일까. 이 대표는 판로로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먼저, 평택에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많다. 특히 황금향의 경우 기업들이 추석 선물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수확 시기를 맞출 생각이다.
또 한 가지는, 방과후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일간식 제공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로컬푸드 차원에서 공급할 수 있도록 도전해 볼 요량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안에 평택 시내에 로컬푸드 판매장을 개설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저는 가능하면 생산한 농산물을 대도시로 출하하지 않고 지역에서 로컬푸드로 판매하려고 합니다. 로컬푸드는 유통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정민 대표는 자신의 농업이 지역과 별개로 존립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로컬푸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지역의 젊은이들이 농업에 대해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도록 하는 데도 애를 쓴다. 그 좋은 예로 열성적인 4-H운동 참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2016년부터 2년간 34명의 정회원이 있는 4-H평택시연합회의 회장을 역임하며 매년 300~400명의 학생4-H회원들에게 농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 황금향과 미니수박 새로운 도전

2018년 올해는 이정민 대표에게 큰 의미가 있는 시기이다. 젊은이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인 농업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겠다며 뛰어든 지 10년이 되었고, 품목을 호접란에서 황금향과 비너스 수박으로 바꿔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하는 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세월 동안에 흘린 땀방울로 이정민 대표는 농사와 농업에 관한 한 더욱 해박해지고 더욱 단련되었을 터.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 젊은 농업인에게서는 이미 황금향과 같은 부와 명품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1.황금향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이정민 오성황금향 대표.
2.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배한 만감류로, 익으면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다.
3.장마를 앞두고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배수로 보강 작업 중인 이 대표와 부친 이강민 씨.
4.GCM(젤라틴·키틴 분해 미생물) 배양액을 살포하면 황금향의 생장이 더욱 좋아진다.
5.하우스 바닥에는 땅콩 껍질을 깔아 잡초 발생을 억제한다.
6.이정민 대표가 재배하고 있는 미니수박 ‘비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