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_201805_03_theme

사람은, 혹은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했던가. 추운 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는 자금우(紫金牛)의 매력에 빠진 지 어느덧 사반세기(四半世紀), 눈가의 주름과 반백이 된 머리는 물론 자금우를 대하는 정성스런 손길에서 ‘인생이 익어간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사람이 있다. 용인시 원삼면 솔뫼농원 박노환 대표를 만났다.

글_김흥선 기자 농민신문 khs6666@nongmin.com

■ 자금우 매력에 흠뻑 빠져 25년 동안 한 우물만 파

박노환 대표(52)가 자금우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때는 25년 전인 1993년이다. 충북 괴산군 출신으로 보은농고를 졸업한 그는 결혼하던 해에 용인시 양지면에서 2,000㎡(600평)의 땅을 빌려 천량금과 백량금 등 자금우과 식물 재배에 나섰던 것이다. 당시 그 정도 규모만 되어도 밥은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양지면과 인접한 원삼면, 그러니까 현재의 자리에 자신의 땅을 마련해 독립한 것은 2004년. 농원은 하우스 11동에 6,000㎡(자영 4,000㎡, 임차 2,000㎡) 규모로 커졌고, 가장 바쁠 때는 부부 외에도 10명 안팎의 일손이 필요할 정도가 됐다. 연간 매출액이 2억5,000만∼3억원쯤이니 이제 ‘밥걱정’은 사라졌지만 대신 물건 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마다 1월부터 4월까지가 가장 바빠요. 실내정원 장식이나 분갈이 할 때 얼굴마담이 바로 자금우라 이 시기에 주문이 밀려드니까요.”
박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아파트 베란다나 카페 등에서 쉽게 눈에 띄는 것이 빨간 열매들을 앙증맞게 매달고 있는 자금우 아닌가. 자금우과 중에서도 상록활엽 소관목으로 높이가 15∼20㎝에 불과해 덩굴처럼 자라는 것이 흔히 천량금이라고 하는 자금우이고, 관목으로 높이 1m 정도까지 자라며 만량금으로도 불리는 것이 백량금이다.
그는 천량금을 중점 재배하는데 연간 20만∼25만 본가량 출하하고, 백량금은 2만 본쯤 재배한다. 여기에 공기를 정화하는 식물로 알려진 벵갈고무나무 1만5,000본과 간작으로 해피트리 상당수를 추가했다.
박노환 대표는 “자금우는 매력이 참 많은 품목”이라면서 “무엇보다 일손과 생산비가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자금우는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들지 않고 병해충도 거의 없다. 천량금은 꺾꽂이나 포기나누기로, 백량금은 씨앗으로 번식하니 종자비 역시 들지 않는다. 게다가 성출하기가 농한기인 겨울부터 초봄까지여서 일손을 구하기도 쉽다.

■ 수출 대신 내수에 주력… 미래도 긍정적으로 전망

일반적으로 화훼라고 하면 시설에 대한 투자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금우 농사가 이렇게 쉬운(?) 것이라면 너도나도 재배하겠다고 달려들지 않을까? 하지만 열매가 상품성 있게 맺히도록 하는 데서 기술의 차이가 드러나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재배 기술은 농가나 재배 환경마다 다를 수 있고 ‘영업 기밀’이어서 공개하기 어렵지만, 박 대표의 경우 ‘모종 농사가 반’이라는 생각으로 육묘 단계에서 특별히 심혈을 기울인다고 한다.
박 대표는 5∼6년 전 자금우를 중국에 수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국내 판매만 하고 있다. 가격은 괜찮게 받았는데 통관 등 절차가 까다롭고, 국내 수요도 안정적으로 형성돼 있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어서다.
대신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는 등 공부를 꾸준히 한다. 그 결과 2016년 ‘경기농업CEO’에 선정되는 결실을 얻었으며, 최근에는 화훼산업을 크게 위협했던 ‘김영란법’의 고개도 타격을 최소화하며 넘을 수 있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꽃 소비가 매우 적은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꽃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봐야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의 고비가 어찌 없었으랴만, 박노환 솔뫼농원 대표는 과거를 긍정적으로 회상하듯이 미래 역시 밝게 전망한다. 그의 인생은 지금 자금우의 빨간 열매처럼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는 듯하다.

  • 천량금·백량금 등 자금우과 외에 벵갈고무나무와 해피트리도 생산하는 솔뫼농원 전경.천량금·백량금 등 자금우과 외에 벵갈고무나무와 해피트리도 생산하는 솔뫼농원 전경.
  • 자금우과의 대표주자인 천량금.자금우과의 대표주자인 천량금.
  • 만량금으로도 불리는 백량금.만량금으로도 불리는 백량금.
  • 공기정화 식물로 알려진 벵갈고무나무.공기정화 식물로 알려진 벵갈고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