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zine_202103_02_theme

토종작물은 오랫동안 우리 땅에서 저절로 자라거나 재배된 식물을 일컫는다.일반적으로 이 땅에서 30년 정도 재배됐다면 토종으로 분류된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의 문화유산과 비슷하다. 경기도에서는 토종종자의 발굴과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글 김진영 도시원예팀장 /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031-229-5801

■ 새롭게 주목받는 우리 토종작물

토종작물은 대대손손 전해오는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유전자원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역 차원에서 이미 검증된 작물이라 각 지역의 토양에 잘 맞아 누구라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또한 농업투입재를 적게 사용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오랜 기간 우리 땅에 적응해 환경 변화에도 잘 견딘다.
국내 토종작물을 이용한 외국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노먼 볼로그 박사가 육종한 밀 ‘소노라 64호’가 우리 토종인 ‘앉은뱅이밀’의 피를 받은 후손이다. 또한 정원수로 널리 이용되는 ‘미스킴라일락’은 국내 토종 털개회나무가 유럽으로 건너가 개량된 것으로 ‘미스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토종종자야말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종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교차·일교차가 심하고,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어 강인하고 우수한 토종종자가 많다. 인천 강화의 ‘순무’, 전남 여수의 ‘돌산갓’, 경기 이천의 ‘게걸무’, 경북 청도의 ‘미나리’ 등은 토종작물에서 소득작물로 발전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경기도농업기술원 토종채소 연구 및 시범사업 추진

경기도농업기술원도 2014년 제정된 경기도의 ‘토종작물 보존과 육성을 위한 조례’에 발맞춰 토종채소의 자원 수집과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토종채소를 연구하는 민간단체와 협력해 고추·배추·무·상추·호박·참외·아욱 등 600여 종의 토종자원을 수집했으며, 그중 도시텃밭에 활용할 수 있는 토종채소 30작물 103종을 선발해 재배 매뉴얼을 만들었다. 또한 도시 소비자에게 토종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경기 화성·안성·남양주의 도시텃밭과 주말농장에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며, 토종종자를 채종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토종작물의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 내 토종종자의 분포 및 특성을 조사해 토종작물의 생산지도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종자관리소에서는 토종종자의 생산과 보급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 경기도종자관리소 토종종자은행 설립해 생산·보급체계 구축

경기도종자관리소에서는 2019년 평택분소에 23,673㎡ 규모의 토종종자은행을 설립했는데 전시실, 종자보관시설(단기, 중기), 증식포 및 체험장, 육묘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토종유전자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수집·저장·연구 및 채종 농가를 육성하고, 토종종자 갱신과 종자검정을 수행해 우량 토종 유전자원을 확보해 보관하고 있다.
또한 토종종자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종자 플랫폼 역할을 해 토종종자의 생산·판매·보관을 우려하는 생산자의 고민을 해소하고, 민간단체에서 추진이 어려운 무상 공급 등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경기도 내 지자체 토종작물 확대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토종작물 관련 작목반을 운영해 로컬푸드로 유통하고 있으며,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게걸무, 조선오이, 조선녹두, 조선마늘, 푸르데콩 등 토종자원을 식재료로 발굴해 향토음식을 만들었다.
특히 친환경농업의 중심지 양평은 2024년까지 200억 원을 투입해 ‘양평군 토종장원 클러스터’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지역 NGO 단체와 연계해 토종 지역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종자은행을 운영해 우량형질의 유전자원의 연구와 보급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 토종작물의 판로 확보를 위해 계약재배농가를 육성해 로컬푸드 매장과 학교급식 납품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 민관협력으로 토종자원 확대 필요

최근 토종상추를 텃밭에서 재배해 맛을 본 시민들은 “쓴맛이 강하지만 잎과 줄기가 두꺼워 아삭하다”거나 “어릴 때 먹었던 추억의 맛이 난다”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토종자원이 더욱 대중화되려면 지속적인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년 사라져가는 토종자원을 보존하고, 수집한 자원의 유전적인 특성과 지역 적응성을 검토하기 위해 농촌진흥기관과 민간단체가 협력해 재배법과 종자생산 등의 방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건강식품 소비가 꾸준하고, 전통식품이 트렌드 상품으로 재조명받는 시대다. 최근에는 로컬푸드의 바람도 새롭게 불고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토종자원을 발굴하고 가공상품을 개발한다면 토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TIP] 역사 속의 토종채소

조선시대에는 텃밭에 무슨 채소를 심었을까? 우리 선조들은 채소를 어떻게 조리해 먹었을까? 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서유구(1764∼1845년)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살펴보면 상추, 부추, 배추, 무, 아욱, 쑥갓, 시금치, 고추, 미나리, 오이, 호박, 가지, 토란 등 현대인이 즐겨 먹는 채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채소를 재배한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 선조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집 근처에 텃밭을 두고 채소를 즐겨 먹었으니 한국인에게 채소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이옥(1760∼1815년) 전집의 기록을 보면 “집 안에 채마밭(텃밭의 옛말)에 밥반찬과 나물을 심어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조선시대 편찬된 한국 최고(最古)의 식이요법서(食餌療法書)인 <식료찬요>(1460년)에서는 채소를 이용한 조리법을 통해 우리 몸의 아픈 부분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