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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비롯해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재배했던 바나나를 경기도 안성시에서 재배하는 젊은이가 있다. 바나나를 배와 포도, 한우를 잇는 안성시의 특산품으로 만들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 청년농부 김재홍(29) 씨를 만났다.

글 강혜영 자유기고가

■ 경기도에서 대표 아열대 작목 바나나를 키우다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아열대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가 크게 늘고 있지만 대표적인 아열대 작목인 바나나를 경기도에서 재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나나를 경기도 안성시에서 보란 듯이 재배해 성공한 이가 있다. 3,960㎡(1,2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60그루의 바나나를 가꾸는 스물아홉 살 청년농부 김재홍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의 뒤를 이어 딸기와 오이 농사를 짓던 김재홍 씨가 바나나 농사에 뛰어든 건 2019년의 일이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오이와 딸기 농사를 지으셨어요. 하지만 요즘 들어 농사일에 힘이 부치신 것 같았죠. 특히 오이는 수확 과정이 힘들 뿐 아니라 일손이 많이 들어 작목 전환을 고민해야 했죠.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나나였어요.”
국내산 바나나는 나무에서 충분히 숙성한 뒤 수확하기 때문에 맛과 향이 뛰어나다. 또한 긴 유통 과정이 필요 없어 농약 등으로 살균 처리하는 검역 과정을 거치는 수입산에 비해 몸에도 좋고 친환경적이어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수입산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어 고소득 작목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 키 작고 저온에 강한 ‘손끝바나나’ 재배 성공

일이 되려고 했는지 때마침 인근 농장에서 키 작은 ‘손끝바나나’를 개발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손끝바나나는 국내 1호 바나나 품종이다. 우리나라 재배 환경에 맞게 개발돼 일반 바나나(4m)에 비해 2.5m 내외로 키가 작아 재배하기가 편한데다, 저온(최저 14℃)에도 강해 오이 재배사를 그대로 활용해도 재배가 가능했다.
김 씨는 2019년 9월 660㎡(200평)의 밭에 바나나를 시험 재배해 성공을 거두자 재배 면적을 조금씩 늘려 지금은 3,960㎡(1,2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60그루가 넘는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바나나는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수입산보다 당도가 높다. 수확량은 일반 바나나(45㎏ 내외)에는 못 미치지만 25kg 정도를 수확하고 한번 심어 놓으면 별다른 손길도 필요치 않고, 병해도 없어 재배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오이 재배 때보다 일손이 10%로 크게 줄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오이를 능가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 규모화되면 친환경인증 받아 학교 급식으로 납품

어려움도 없지 않다. 제대로 된 재배 매뉴얼이 없다 보니 모든 과정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김 씨는
“바나나는 누구나 즐겨 먹는 과일로 소비 저변이 넓어진 데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국산 바나나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제 막 첫 걸음마를 뗀 상황이지만 머지않아 규모화가 가능해지면 친환경인증을 받아 바나나를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고 싶다는 김 씨는 “반드시 바나나 농사에 성공해 바나나를 안성시의 새로운 특산품으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