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가꾸는 남자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황규현 연구사

장미 신품종을 개발하는 ‘장미 박사’ 황규현 연구사

국내 장미 재배 농가들이 외국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잇따라 장미 신품종이 개발되면서 화훼 농사를 짓는 재배 농가들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0월에도 5월 같은 경기농업기술원 장미 온실에서, 장미 신품종 개발로 우리나라 화훼 농사 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고 있는 일명 ‘장미 박사’, 황규현 연구사를 만났다.

임지영    사진 홍승진

가시와 사투를 벌이며 온실을 드나드는 ‘장미 연구사’

꽃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는 오월에 핀다. 경기도농업기술원 황규현 연구사는 일 년 내내 갓 피어난 장미를 감상한다. 계절을 잊은 듯 세상의 모든 장미를 아우른 장미 온실은 그야말로 화려한 색채와 향기의 향연이다. “장미는 수요가 많고 가격이 높아 농가 소득을 올리는 유망 품종입니다.” 개발 연도와 접목 순서를 적은 태그가 붙은 신품종 옆에서 황규현 연구사는 말한다.

황 연구사는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2011년에 경기농업기술원에 입사해 원래는 인삼 개발을 맡았다가 5년 전 향긋한 ‘장미’로 품종을 갈아탔다. 원예연구과에서 황 연구사는 하루에 수 차례 장미 온실을 드나들며 신품종을 개발한다. 신품종 장미는 찾는 사람이 많고 가격도 높게 형성돼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유망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6년 개발한 ‘보보스’라는 신품종이 있어요. 기존 장미들은 여름에 화색이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보보스 품종은 색이 빠지는 게 덜해서 여름철에도 아주 선명합니다.”
품종 개발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고려된다.

농가에서는 작기가 빠르고 생산성이 우수한 품종을 선호한다. 소비자들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트렌드에 따라 기호가 변한다. 플로리스트들의 경우, 가시가 많으면 작업하기 힘든 만큼 가시가 적고 다루기 쉬운 품종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줄기당 한 송이만 피는 스탠다드형보다 줄기 하나에 다발처럼 여러 송이가 피는 ‘스프레이형’이 인기다. 부케처럼 풍성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서다. 시장 선호도를 어느 정도 예측해 개발하건만, 예측을 벗어나 의외의 홈런을 치는 경우도 있다. 신비로운 자줏빛을 띤 ‘딥퍼플’이 그 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최초로 개발한 ‘딥퍼플’ 품종은 도농기원에서 특별히 해외에 품종을 수출해 현재까지 약 580만 주를 판매했다. 기존에 네덜란드 품종이나 독일 품종의 장미를 들여와서 심고 그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던 것을, 남미나 아프리카에 판매하고 로열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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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1, 2, 3
  • 1. 경기도농업기술원 장미 연구온실 전경
  • 2, 3. 황규현 연구사가 현재까지 개발한 장미 신품종은 79품종에 달한다
상품성 좋은 품종 개발로 어려운 화훼 농가에 도움 주고파

품종 개발에 있어 선호도, 즉 ‘니즈(needs)’ 연구는 필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장미 연구 온실에서 장미 신품종 및 유망계통에 대한 평가회를 개최한다. 개발한 품종에 대한 농가의 반응 및 소비자 선호도를 미리 알아보는 자리다. 이때 황 연구사는 그 누구보다 분주해진다. 올해 봄에 열린 평가회에서도 핑크문, 레드호스, 스위트퀸 등 경기도가 개발한 장미 신품종 15종과 GR16-4 등 유망 계통 50종에 대한 장미 산업 관계자들의 특성 및 기호도 평가와 우수 계통의 선발이 이뤄졌다. 평가회에서 소개된 핑크문 품종은 분홍색의 중형 스탠다드 절화용 품종으로 화형과 화색이 우수하고, 꽃을 잘랐을 때 줄기의 길이가 길어서 국내 시장 보급에 유망한 품종으로 평가됐다. 레드호스는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고 가시가 적은 품종으로 기호도가 높았다. 오렌지색인 스위트퀸은 꽃의 크기가 커서 화려하고 향기가 좋아 소비자의 기호도가 높은 품종으로 평가받았다.

국산 품종 개발은 유전자 분석과 교배, 검정까지 5년 이상이 걸릴 정도로 지리한 시간과의 싸움이다. 도농기원은 지난 1999년부터 화훼 농가의 로열티 경감을 위해 장미 품종을 육성해 왔으며, 2019년 기준 27억 8,000만 원의 로열티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농기원은 지속적인 신품종 연구 개발을 통해 국산 장미 보급률을 현재 30% 수준에서 3년 안에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체 개발한 품종 외에도 평가회를 통해 선발된 신품종에 대해 농가 테스트를 거쳐 보급할 전망이다. “화훼농가의 로열티 절감과 소득 증가를 위해서 현재까지 79품종을 개발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화훼농가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품종 개발 등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지속해서 좋은 품종을 개발하겠습니다.”

장미꽃에는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따가운 가시도 있다. 세상에 없는 장미를 선보이기 위해 매일 가시와 사투를 벌이는 황규현 연구사의 ‘장미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