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복지의 만남, 치유농업! 경기도농업기술원 치유농업팀

경쟁이 심화되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농촌에서 힐링하는 치유농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1월 신설된 경기도농업기술원 치유농업팀은 치유농장을 육성하고 농업과 복지를 연계한 바우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는 치유농업 서비스를,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슬비 기자, 사진 김효술 작가

치유농장으로 농가 소득 창출


“치유농장을 육성해 복지시설 대상자 등이 쾌적한 농업환경에서 치유의 효과를 누리도록 하는 동시에 농업인의 소득 창출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도민에게 도시 텃밭을 보급해, 농업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고 있습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치유농업팀 신용주 농촌지도사는 치유농업에 대해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 증진 및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고 설명한다. 심신의 안정, 스트레스 감소, 인지기능 향상 등 농업이 지닌 치유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농업인은 소득을 창출하고 도민은 치유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치유농업’이라는 말은 1990년대 후반 원예치료 연구에서 시작해 2012년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이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이다.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1년 3월 치유농업법이라 불리는 ‘치유농업의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경기도농업기술원에도 올해 1월 치유농업팀이 신설됐다.

치유농업팀은 조직도상으로 연구조직이 아니라 기술보급국에 소속되어 있다. 개발된 연구성과가 실제 농촌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가 주를 이룬다. 농촌의 자원과 환경, 농촌문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현지 농업인들이 실제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분야별 교육과 컨설팅을 실시하고, 현장 수요에 맞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치유농업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치유농장 육성이다. 현재 경기도에는 71개 치유농장이 운영 중인데 2025년까지 29개를 추가 확보해 100개의 치유농장을 육성할 계획이다. 치유농장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2024년 하반기에는 치유농장 품질인증제도 도입을 앞두고 있다. 품질인증을 받으려면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150시간)을 받아야 한다.

녹색 처방전으로 자리매김한 치유농업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치유농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농업활동을 통한 심신의 안정과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간 치유농업 효과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있었는데 농촌진흥청이 그동안 증명한 치유농업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청소년·노인 등 연령에 맞춘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폭력성 완화나 우울감 예방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치유농업 관련 원예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에 적용한 결과 초등학생은 욕설 등 언어폭력 감소와 중학생은 분노공격성 감소, 정서안정 등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 특히 우울감은 56%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 주말농장을 운영한 결과 우울감 감소(60%), 총 콜레스테롤 감소(5%), 체지방 지수 감소(2%) 등의 결과가 나왔다. 2016년에는 성인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한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우울감 감소(45%), 스트레스 감소(52%), 세로토닌 증가(40%) 등 정서적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군의 심신 치유에도 효과를 보였다. 2018년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 결과 스트레스 반응이 11.6% 감소했다.

“녹색식물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뇌에 활성화되는 영역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경증치매노인, 장기실업자, 약물중독자, 자폐증 청소년 등과 관련하여 이미 치유농업이 보건·의료 부분과 연계돼 있다고 한다.

복지 바우처에 농업을 연계한 최초의 시도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올해 4월부터 장애인 바우처와 연계한 ‘치유농업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복지바우처 카드를 통해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이 치유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서비스다. 현재 김포, 양주, 이천, 양평이 시범운영 중이며, 하반기에는 용인, 화성에도 추가 운영을 앞두고 있다. 향후에도 서비스 지역은 확대될 예정이라고 한다. 복지 바우처에 농업 활동을 연계한 것은 전국 최초의 시도이다. 바우처 사업은 대상자가 농장에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연속성이 강해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 당연히 서비스 품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노인이 되거나 사회적 약자가 됐을 때, 도시의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과 녹색공간에서 작물을 가꾸며 여유롭게 차도 마시고 동료들과 함께 소소한 일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은지 생각해 보면 선택은 간단합니다. 치유농업이 확산되는 만큼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치유농업팀에서는 경기도치매안심센터, 경기도사회서비스원 및 시군의 주간보호시설 등 복지시설과 치유농장의 연계를 확대하고 실제 농장에서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치유농업이 도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데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도민의 녹색 갈증 해소하고 농가의 소득 창출 지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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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주 농촌지도사 (치유농업팀)

2019년 양평군농업기술센터에서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 전입한 신용주 농촌지도사. 그간 현장에서 농촌체험 업무, 농업인학습단체 육성, 농업인교육 운영, 강소농육성을 통해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치유농업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Q. 치유농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유럽의 경증치매노인이 양복을 입고 치유농장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작물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서 이왕이면 자연과 함께 쾌적한 공간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식물과 함께할 때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다는 것도 체감했습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시민들의 녹색 갈증은 점점 더 커질 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제 역량이 닿는 대로 치유농업을 확산시키는 데 필요한 일들을 하며 보람을 찾고 있습니다.

Q. 치유농업팀에서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시면서 이룬 성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경기도 치유농업서비스를 통해 그간 없었던 복지와 농업 분야의 결합을 통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직 시범운영 단계이지만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대상자는 자연친화적인 농장에서 복지혜택을 받고, 바우처 제공기관으로 등록된 치유농장은 최대 연 4,800만 원의 고정수입을 얻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는 최초이고 치유농업이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할 때 국내 치유농업의 확산 시기를 경기도가 3년은 앞당겼다고 생각합니다.

Q. 치유농업의 확산을 위해 농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농장의 가장 큰 목적은 소득 증대에 있습니다. 다만, 농업의 치유기능과 가치에 눈을 뜰 때 농장의 부가가치는 올라갈 것이며 농업인의 자긍심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위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장주의 철학이 농업과 맞닿을 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