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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전국적으로 브루어리가 늘고 있다. 그중 경기도 이천시에는 쌀, 흑미 등 지역 특산물로 자신만의 독특한 맥주를 생산하는 김나래 대표가 있다. 우리 땅과 농산물의 가치를 아는 그녀의 맥주 이야기다.

글 강혜영 자유기고가

■ 수제맥주와 깊은 사랑에 빠지다

바야흐로 맥주 전성시대다. 전국 각지에 있는 양조장에서 맛도 향도 제각각인 수제맥주를 만들어내면서 소비자들은 맥주 골라 먹는 재미에 푹 빠졌다.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에서
‘더홋브루어리’을 운영하는 김나래 대표(39)는 지역 특산물로 자신만의 수제맥주를 만들고 있다. 농부가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듯한 형상의 한글 ‘홋’은 영어로 열정적인(WHOT)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두 아이의 엄마로 맥주와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김 대표. 하지만 식품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일찍이 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수제맥주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 건 20대를 막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혼자 배낭여행을 떠난 김 대표는 그리스의 작은 마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한 여성 사업가를 만난다.
“홀로 포도농사를 지으며 와인은 물론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내며 와인 사업가로 성공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나도 기회가 된다면 저런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 맥주 공장에 펍까지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그리스에서의 다짐은 잊혀져갔다. 육아 문제로 회사까지 그만두며 무기력한 나날이 계속됐다. 그 무렵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며 등을 떠민 건 남편 박창우(38) 씨였다. 아내의 오랜 꿈을 알고 있던 남편이 그녀를 응원하고 나선 것.
이에 용기를 얻은 김 대표는 집 근처 대학 실험실에 다니며 공부에 매달렸다. 그렇게 차근차근 사업을 준비하던 김 대표에게 2018년 8월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수원의 거처를 정리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천시 백사면에서 맥주공장 문을 연 건 지난해 1월의 일이다.
이곳에서 김 대표는 한 번에 1,000리터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수제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그중 이천쌀로 만든 ‘스노위’와 호밀과 귤껍질 등을 넣어 만든 ‘치고이너 바이젠’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판매처 확보를 위해 이천 하이닉스 공장 앞에 수제 맥주집을 열었다. 더홋브루어리에서 생산한 맥주의 대부분은 이 펍을 통해 팔린다. 지난해부터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작목반을 만들어 홉을 직접 재배하고 있다.

■ 쌀, 흑미, 복숭아, 산수유 등 이천 특산물을 활용한 맥주 개발에 도전

올 하반기 더홋브루어리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흑미와 산수유, 복숭아 등 이천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더홋브루어리만의 독창성을 살린 수제맥주를 만들어 애호가들의 입맛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맥주는 맥아, 홉, 효모, 물을 기본 원료로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과일, 향신료, 기타 부재료를 더하면 우리 양조장만의 독창성을 살린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죠. 제가 이천 지역 농산물로 맥주 제조에 나서는 것도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이천을 대표할 맥주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두 딸 시현(9), 다희(7)에게 물려줄 백년가게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김 대표. 향긋한 맥주 향을 가득 머금은 그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