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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유농업’이 주목받으면서 농업·농촌이 힐링과 치유의 공간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치유와 돌봄, 교육, 나눔,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더해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있는 치유농업에 대해 알아본다.

글 편집부

■ 치유농업의 역사와 발전

치유농업은 농업 활동이나 농촌 자원을 통해 국민의 건강에 도움을 주면서 새로운 사회·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한다. 즉 농업·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업이다.
치유농업의 역사를 정확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인류는 농업을 통해 안정적인 식량 생산은 물론 심리적 안정을 취해왔다. 중세시대 유럽의 병원에서는 정원을 가꾸거나 소규모 텃밭을 조성해 환자들의 재활에 활용했는데, 환자들이 풀냄새를 맡고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하게 했다. 동양에서도 꽃과 나무, 채소를 가꾸면서 심신의 건강과 학문에 전념한 사례가 많이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농경 생활이 심신의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모습과 같은 치유농장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최초의 치유농장은 1975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되었다. 당시엔 치유농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기반은 좀 달랐지만 이 농장은 인지학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한 농업과 보건복지 분야 모두에서 입지를 얻기 위한 발전 방안을 찾아 나섰다. 이윽고 네덜란드는 1990년대부터 치유농장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시작했고, 그 뒤로 치유농장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곧이어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도 치유농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치유농업은 국가별 문화의 차이와 보건·사회·교육서비스의 구조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두고 발전하게 된다.
오늘날 치유농업은 국외에서는 주로 ‘케어 파밍(Care Farming)’ 또는 ‘소셜 파밍(Social Farming)’ 등으로 불리는데,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다. 유럽은 농업의 치유 가치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국가적으로 치유농업을 체계화했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고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어떤 방식의 치유농업이 가장 효과적인지 매뉴얼화한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와 프랑스에는 각각 1,200개가 넘는 케어팜이 곳곳에 분포돼 있다.

■ 치유농업, 치유농업법 제정으로 날개를 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치유농업법)」이 시행되면서 치유농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치유농업법은 치유농업에 대한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사항을 정해 치유농업을 활성화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을 향상키고,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의 효과 검증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시행에도 시동을 걸었다. 사실 농촌진흥청이 치유농업을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4년부터이다. 당시에는 꽃·채소 등 원예작물을 이용한 원예치료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며, 사람들이 식물을 기르면서 얻는 심리적·정서적 효과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그러던 것이 유럽의 치유농업 사례와 효과에 대한 분석을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으며, 2013년 처음으로 ‘치유농업’이라는 용어를 정의했다.
농촌진흥청의 그동안 연구 성과는 상당하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치유농업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결과 평균 인슐린 분비가 47% 늘어났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28% 감소했다. 허리둘레도 평균 2㎝ 감소하는 등 비만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이 주말농장에서 씨 뿌리기와 심기, 꽃밭 가꾸기 등 가벼운 농장 활동에 참가한 경우 우울감이 60%나 감소했다.

■ 왜 치유농업인가?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활 방식과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행복’을 원한다는 것이다. 현대는 빠르게 성장한 산업화로 생활의 편리함과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됐지만 사회적 관계 기능 저하 등으로 인간관계에서 얻는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신체적 질환이 대다수를 차지했다면 오늘날은 정신적 피로, 공황장애, 불안 등 정서적 교감 부재로 발생하는 정신질환 등이 새롭게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치유농업은 이런 정서적 교감 부재로 발생하는 정신적 문제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 유아·아동·청소년의 경우 식물 기르기와 반려동물 돌보기 활동에 참여했을 시 폭력성·공격성·불안감 등 부정적 정서 반응은 줄고, 사교성·공감 능력 등 긍정적 정서 반응은 높아졌다. 가족의 경우,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텃밭 활동은 가족관계 향상에 도움이 됐다. 식물을 함께 돌보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경우 사무공간을 식물로 꾸몄더니 긴장감·우울감·피로감 등 부정적 정서는 줄고, 활력지수는 높아졌다. 환자의 경우 원예치료를 통해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회복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치유농업 활동은 독거어르신의 우울감을 줄이고,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 인지장애’ 어르신의 인지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치유농업을 통한 치매예방 프로그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는 오는 10월까지 ‘경기도 치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육성한 치유체험농장 92개소와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연계해 센터에 등록된 치매 정상군·위험군과 그 가족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기획·보급한다.

■ 경기도, 치유농업 육성에 나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치유농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연구 및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는 치유농업 모델 개발과 복지시설 연계를 위해 6개 사업, 36개소에서 진행하고 있다.
먼저 치유농업 개발 시범사업으로는 경관자원을 활용한 마을형 치유관광 프로그램 개발 1개소, 농장의 특색 자원을 활용한 치유기능 상품 개발 1개소, 동물을 활용한 치유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1개소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치유농업 운영이 가능한 농촌치유농장 및 학교 치유 텃밭 11개소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복지시설 및 요양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치유프로그램도 10개소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사업으로는 다양한 치유농업 모델 개발을 위해 사회적농장과 연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원지역자활센터 꽃밭가득화초사업단의 자활사업 참여자를 모집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10회 진행했다. 그 결과 참여자의 자아존중감과 회복탄력성 향상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했다. ‘자활사업’이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조건부 수급을 제공하면서 자활의지를 북돋아주고 근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기반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꽃밭가득화초사업단은 농업 활동이 가능한 텃밭을 갖추고 있어 직접 가꾼 농작물, 허브류 등의 수확물을 이용해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추진 결과 긍정적 정서는 향상시키고 부정적 정서는 감소해 자아존중감과 회복탄력도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 참여자의 타액 코티솔 및 뇌파 측정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를 분석한 결과 신체 긴장완화와 함께 스트레스 호르몬이 감소됨을 확인했다. 올해는 여주지역자활센터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유농업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