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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각국의 ‘식량 주권’ 문제를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팬데믹 초기 단계일 때 일부 국가들이 식량 부족 상황에 대응해 식량 수출 제한과 중단 조치를 취하면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농지 재배면적과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식량주권 확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은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글 편집부

■ 우수한 국내 벼 품종 개발은 식량 위기 극복의 키 포인트

식량주권이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한 식량에 대한 국민들의 권리이며, 국민들이 자신의 고유한 식량과 농업 체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즉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모든 국민이 공정하게 보장 받는 권리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식량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그렇지 않다.
지난 2020년은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확산과 더불어 기상이변까지 우리나라를 덮치며 역대 가장 힘겨운 한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산업이 그렇지만 농업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중 하나다. 지난해는 고온이었던 겨울에 이어 4월, 7월의 저온과 긴 장마철 그리고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기상재해가 모두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어난 기상재해로 인해 우리 농업은 코로나19에 의한 소비 위축과 더불어 생산 면에서도 피해가 가중되었다. 특히 주식인 쌀 생산량은 우려되는 수준인 5.9% 감소했고, 농업인의 현장 피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게 느껴진 한 해였다. 쌀 생산량이 현격하게 줄어들자 기후변화에 의한 식량부족이라는 재앙을 우리나라도 당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홍수, 태풍, 폭설 등은 농작물의 피해를 더욱 가중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국제 곡물가격 급등 현상이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데,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농산물이 1년 전보다 21.3%나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1%)을 크게 앞질렀다.
한 번 무너진 식량 안보는 회복되기 어렵다. 이상기후와 전염병의 잦은 발병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 안보를 지키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중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재배기술과 품종 개발이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재배기술은 품종 특성과 조화가 매우 중요하므로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대응에서도 품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 경기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벼 품종 육성 목표를 세우다

‘2020년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7.7kg으로, 전년 59.2kg 대비하여 2.5%가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밥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감소폭은 둔화되었으나, 식습관 변화로 인한 쌀 소비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 감소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쌀을 선택할 때 가격보다는 맛과 기능성 등 품질을 우선하는 고급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벼 품종 육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은 벼 품종 육성 목표를 시대에 맞게 바꿔가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 단백질 함량, 도정율, 완전미율 등 미질은 물론 안정적인 재배를 위해 도열병 및 흰잎마름병 등 병해충저항성, 수발아, 도복 등 재해 안정성이 뛰어난 다양한 쌀 품종을 육성·보급하며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품종을 개발하는 방식도 혁신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수요자인 농업인과 소비자가 직접 품종 육성에 참여하는 수요자 참여형 지역특화품종(SPP, Stakeholder Participactory Program) 육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농촌진흥청과 이천시가 함께 개발한 ‘해들’, ‘알찬미’ 그리고 경기도농업기술원과 고양시의 ‘가와지1호’, 경기농업기술원과 평택시의 ‘꿈마지’ 등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 품종들이 작년 기상재해가 빈번했던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생산으로 추청 등 기존 품종을 대체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 외에도 경기도 내 6개 시군에서 수요자 맞춤형 지역특화품종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 우리나라 쌀 대표주자 경기도, 최고 품질 벼 등 국내육성품종 재배 비율을 높이다

식량 위기가 자주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식량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식량 공급망 유지와 식량 안보를 지켜내기 위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쌀의 대표주자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 등과 협력하여 경기도에 알맞은 최적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밥맛이 좋고 병해충에도 강한
‘참드림’, 한수이북지역에 잘 적응하는 중생종 ‘맛드림’ 및 추석 전 출하가 가능한 조생종 ‘정드림’을 개발했다. 그중 2014년 개발해 육성하고 있는 참드림은 최고품질 벼인 ‘삼광’과 밥맛 좋은 재래종 벼 ‘조정도’의 혈통을 교배한 품종으로, 질감과 차기가 우수해 밥맛이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게 특징이다. 또, 질병저항성을 갖추고 저온발아도 가능해 재배적성이 경기도 내 논에 적합하다. 또한 농업인들이 선호하는 저장성도 일본 재래종인 추청벼보다 신선도 유지 기간이 길고 상온에서의 저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참드림은 이렇듯 우수한 특성으로 농가와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종임을 인정받아 올해 6월 한국육종학회에서 선정하는 ‘2021년 올해의 품종상’을 받았다.
또한 ‘가와지1호’, ‘가위향찰’, ‘향드림찰’ 등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맞춘 특수미 품종도 지속적으로 육성한 바 있다. 이들 품종은 기존 경기미 대표 품종인 추청과 고시히카리 등에 비해 재배안정성과 밥맛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는 물론 소비자들의 긍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확산으로 추청(1970년), 고시히카리(1956년)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안전성이 낮은 일본 품종이 대다수인 경기미를 우수한 국내 육성 신품종으로 대체하고, 맞춤형 재배기술 지원과 품종 보급 노력을 병행하여 밥맛 좋은 고품질의 내재해성 품종으로의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2018년 경기도 재배비율이 36%에 불과하던 최고품질 벼 등 국내육성품종 비율이 2020년 51.6%로 향상되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2년까지 ‘참드림’ 등 품종 대체를 통해 70% 이상을 국내육성품종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멀지 않은 시기에 경기도 내 모든 들녘에서 국내 육성 벼 품종이 재배되는 황금들녘을 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식량주권 지키기,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산 품종 개발과 보급 노력 필요

식량은 단기간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재화가 아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우리 쌀 품종 개발을 넘어 경기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들 품종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종자 생산과 보급, 농업인 재배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품종 특성에 적합한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쌀 품평회, 소비자 홍보행사 등을 병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농업인의 생산의식 고취와 함께 소비자 인지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우수품종 종자 확보를 위한 관계기관 간 협력에도 더욱더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지금의 기후변화와 쌀 소비 위축 등은 쌀 산업에 당면한 위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의미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이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국내 품종을 개발 육성해 더욱 확고하게 우리의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진흥기관, 농업인, 유통인, 가공인, 판매인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 선두에 서 있는 한국의 쌀 대표 주자 경기도의 활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