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와 노동력은 줄이고 수확량은 꽉 채운 드문모심기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벼 재배 농가 차재균

벼농사는 다른 식량작물에 비해 기계화가 빠르게 확산돼 재배 과정의 97%가량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나머지 3%에 해당하는 볍씨 파종부터 육묘에 이르는 과정이 고령화와 일손 부족 현상을 겪는 농촌의 현실과 달리 노동집약적이라는 것이다. ‘드문모심기’는 육묘에 소요되는 생산비와 노동력을 줄이는 새로운 재배법으로 벼 재배 농가의 허리를 펴주고 있다.

민경미, 사진 봉재석

신기술에 열려있는 농부와 드문모심기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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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 시범사업을 통해 전체 재배 면적의 10%에 드문모심기를 우선 적용 중이라는 차재균 농부

화성시의 벼 재배면적은 경기도 전체의 30%에 해당하는 1만2,000ha 정도로, 경기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말해주듯 화성시에 가까워지자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댄 논들이 시야에 자주 들어왔다. 원경의 논들이 근경으로 다가온 건 화성시 우정읍의 작은 마을을 지나 농로에 접어들면서부터다. 좌우로 바투 붙은 무논마다 구름이 탐스럽게 담겨 있었다. 그중에는 벼농사 경력 40여 년에 이르는 차재균 농부의 논도 있다.

8만3,000m²에 이르는 벼농사를 짓는 차재균 농부는 볍씨 파종부터 육묘, 모심기, 수확까지 온전히 사람의 노동력으로만 농사짓던 시절부터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도입된 기계화까지 국내 벼농사의 변천사 한가운데를 관통해왔다. 고단한 농사일에서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능동적으로 흡수해왔다는 그는 자신의 경험치에서 추출한 노하우를 참고삼아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왔다. 일례로, 10여 년 전부터는 육묘와 이앙(모내기) 사이에 고착화된 과정 하나를 과감히 생략했다. 이앙을 앞두고 미리 모판을 열흘가량 논으로 옮겨 적응기를 거친 후 이앙 직전 바깥으로 꺼내 두었다가 심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이앙 당일 육묘 하우스에서 논으로 곧바로 옮겨 심는 실험을 강행한 것. 덕분에 노동력과 그에 수반되는 비용을 절감한 그는 작년부터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한 ‘드문모심기’ 시범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볍씨 양은 늘리고 모의 숫자는 줄인다

드문모심기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술로, 육묘 때 뿌리는 씨앗 양을 늘려 육묘 상자당 이앙 가능한 모의 수를 늘리고, 모를 심을 땐 심는 간격을 넓혀 단위 면적당 심는 모의 숫자를 줄이는 재배 방식이다. 육묘 상자당 볍씨 파종 양은 기존의 130g에서 250g 이상으로 늘리는 반면 이앙 시 심는 간격은 3.3㎡당 80주에서 50주로, 한 번에 심는 모의 양은 7~8주에서 3~5주로 줄여 육묘 상자와 노동력을 절감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로 논에 심는 모를 줄였음에도 생산량은 비슷하게 나오는 비밀은 벼의 ‘분얼(줄기 분화)’ 특성에 있다. 조밀하게 심었던 기존 관행과 달리 충분한 간격을 두면 분얼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줄기에서 벼 이삭이 맺혀 전체 생산량에서는 별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막 3,300㎡ 규모의 논에 이앙을 마치고 나온 차재균 농부는 지난해 드문모심기를 적용하면서 변화를 체감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이 논에만 모판(육묘 상자)이 80~90개 들어갔지만, 드문모심기를 시작한 작년부터는 50개 정도로 충분해졌어요. 모판이 절반가량 줄어들면서 비용과 노동력도 그만큼 절감되었죠.” 실제로 농사 규모 대비 모심기에 나선 인력은 차재균 농부 외에 두 명에 불과했다. 한 명은 차재균 농부가 이앙기 운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모판을 관리하고, 다른 한 명은 육묘 상자가 담긴 트럭 운전을 맡는다. “예전에는 트럭이 터져나가도록 모판을 실었어요. 트럭에 싣고 내리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 노동력이 많이 들었죠. 지금은 인력도 없지만 이렇게 셋만 있어도 하루에 5만여㎡ 이앙까지 거뜬합니다.”

전체 재배 면적의 10%에만 드문모심기 기술을 우선 적용하고 있다는 그는 심는 간격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제공한 매뉴얼을 토대로 지난해 자체적으로 실험을 거친 결과를 반영했다. 3.3㎡당 37주, 50주, 60주 등 세 가지 조건으로 이앙해 50주에서 가장 높은 생산량을 거두면서 올해는 50주로 통일했다.

10%에서 50%로, 드문모심기의 점진적 확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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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드문모심기의 출발점은 기존보다 많은 양의 볍씨를 파종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칫 모가 약하게 자라거나 발아 시 열 발생으로 손상을 입을 우려 등이 생긴다. 차재균 농부 또한 발아 시 고열로 인해 적잖은 양의 육묘 상자를 폐기해야 했지만, 실패 경험을 통해 내년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란 확신을 얻었다. 베테랑 농부의 관찰 감각에, 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을 비롯한 각 도 농업기술원이 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정리한 매뉴얼이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준 덕분이다.

이미 육묘 상자의 대폭 감량으로 생산비와 노동력 절감 효과를 경험한 차재균 농부는 현재 10%에 불과한 드문모심기 비중을 내년에는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화와 일손 부족, 여기에 갈수록 떨어지는 쌀값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생산비와 노동력은 줄이면서 생산량은 비슷하거나 키울 수 있는 드문모심기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그는 노동력 27%, 생산비 42% 절감이라는 드문모심기의 기대효과가 머지않아 자신의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다시 이앙기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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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차재균 농부는 드문모심기를 도입하면서 육묘 상자 양을 절반가량 절감했다
(우측)드문모심기는 노동력을 줄여주어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 큰 도움을 준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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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농업기술원이
알려주는
‘드문모심기’의 모든 것

드문모심기는 생산비와 노동력을 줄이면서 소득을 높일 수 있어 벼 재배 농가에 보급하면 고령화된 농촌의 일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도내 벼 재배 농가의 소득향상과 노동력 절감을 위해 드문모심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그 성과를 널리 공유하고 있다.

답변 류경문 농촌지도사(경기도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031-229-5862)

드문모심기 재배를 하면 수량이 적어지지 않나요?

드문모심기 재배는 육묘상자에 볍씨를 많이 파종하고(130g → 250g 이상), 재식밀도는 줄이고(80주/3.3㎡ → 50주/3.3㎡), 재식본수는 3~5본/주를 식재하여 소요되는 모를 절약함으로써 육묘상자와 노동력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재식밀도가 줄어들면 보상작용으로 주당 이삭 수가 증가하여 일정 재식밀도(50주/3.3㎡)까지는 단위 면적당 이삭 수는 관행재배 대비 큰 차이가 없어 수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이보다 재식밀도가 줄어들면 수량 감소가 있으므로 드문모심기의 적정 재식밀도를 50주/3.3㎡로 권장합니다.

드문모심기 전용이앙기를 따로 구입해야 하나요?

사용하시는 이앙기 구입시기가 오래된 이앙기는 적용하기 힘드나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앙기는 드문모심기 권장 재식밀도까지 재식밀도 조절이 가능하므로 묘취량 축소를 위하여 식부침 교체만으로 드문모심기 재배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보유하고 계신 이앙기 제조업체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드문모심기에 적합한 품종이 따로 있나요?

현재 경기도에서 보급하고 있는 ‘참드림’, ‘삼광’ 등 보급종은 드문모심기에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2021년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 ‘신동진’과 같이 분얼이 적은 품종은 재식밀도가 줄어들수록 분얼 수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크므로 분얼이 적은 품종은 피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드문모심기 재배 시 주의사항은 무엇인가요?

육묘 상자에 볍씨를 많이 파종하므로 발아열 발생 등으로 고온 피해를 입기 쉬우므로 공기가 원활하게 통하도록 상자 쌓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최근 비닐하우스 육묘에서 고온에 의한 피해 사례가 나타나므로 비닐하우스 육묘 시 온도관리에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기존보다 파종량이 많아 육묘 기간이 늘어날수록 모 소질이 악화하므로, 모 기르는 기간(15일)을 감안해 모내기하는 게 좋습니다. 전용 육묘 상자를 이용하면 이앙 시 뿌리 끊김 현상이 적어 활착에 유리합니다. 또한 짧은 육묘 기간으로 인한 어린모 특성상 모내기 전 논의 균평 작업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이앙 시 모가 뜨거나 물에 잠길 수 있으니, 로터리 후 레이저 균평기 등을 활용하세요.

드문모심기의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요?

드문모심기의 핵심은 육묘 상자의 절약으로 육묘 비용 및 노동력을 절감하는 것입니다. 시범사업 결과, 육묘 상자는 관행(80주/3.3㎡, 35판/10a) 대비 절반 이상, 육묘 비용은 약 6만 원/10a가량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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