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를 치유해주는 농촌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의 박인미 소장과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

자연 그대로의 천연 재료로 완성한 화장품과 요리는 그 자체로 빛나고, 그릇들이 부딪히며 내는 반복적이고 은은한 파장은 불안과 걱정을 잠재우고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수려한 자연 속에 옴폭 안긴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은 그 자체로 휴식이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쉼이다.

임지영, 사진 전재호

마음은 사뿐, 몸은 가뿐한 치유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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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된 재료로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참가자들

밤새 내린 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은 아침, 포천 신북면에 자리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에서는 할머니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머리에 꽈리고추 같은 게 생겼어. 그게 터지면 뇌출혈이 되는 거야.” “자궁암 진단 받았지, 신장 투석도 일주일에 두 번이나 해. 걸어 다니는 병원이야, 내가.” 대화의 내용은 심란한데 어울리지 않게 톤은 무척이나 밝다. 대화의 주인공은 한 노인복지시설의 노인 암 환자들이다. 오늘 농장에서 10시부터 시작하는 2시간의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눈길을 뚫고 포천을 찾았다. 포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해준 혈관-스트레스 측정기 검사를 통해 혈관 노화도 및 스트레스 측정을 마친 노인들이 푸른 식물들을 가운데 두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는 암 환자들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경쾌하다. 무거운 주제지만 조금은 가볍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진행자는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의 주인, 박인미 소장이다. “예전에는 호스피스, 연명 의료와 관련된 강의를 하러 다녔어요. 그러다 그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됐고, 암으로 구성원 중 누군가를 잃게 된 가족들을 위해 사회 가족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지금 이 농장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거지요. 농장 이름은 성녀 힐데가르데와 제 세례명인 루시아에서 각각 반씩 따서 지은 것이고요.” 박인미 소장은 3년 전인 2019년 이곳으로 이사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 건 이듬해인 2020년이었다. 그리고 일년 만인 2021년, 치유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치유농장으로 지정되었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 싱잉볼 명상 등 치유 이끄는 프로그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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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로부터 시계방향으로
  • 1 박인미 소장으로부터 레시피를 듣고 있는 참가자
  • 2,3 등 체조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참가자
  • 4 자연치유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참가자들
  • 5 참가자들이 만든 천연 화장품

“자, 지금부터는 화장품을 만들어볼 거예요. 겨우내 우리 엄마들 손과 얼굴 트지 않게 천연 재료로 천연 로션을 만들 거예요. 제가 하는 거 잘 보고 잘 따라 하세요.” 테이블에 준비된 정제수, 글리세린, 동백씨 기름 등의 재료를 할머니들은 박인미 소장이 일러주는 레시피에 따라 부지런히 넣고 섞고 젓는다. 반복되는 젓기 과정에 팔이 아플 법도 한데, 과학 실험이나 미술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 마냥 미소가 해사하다. “처음에는 치유농업의 역할에 물음표를 그리기도 했어요. 컨설팅과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받으며 치유농업이 무엇인지, 치유농장은 어떤 곳인지 조금씩,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달라지는 걸 보면서, 행복해하는 걸 보면서 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해요.” 수업에 열중인 할머니들을 보며 박인미 소장은 말한다. “이곳에 와서 밝아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치유받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최대 수혜자인 셈이죠.” 저마다의 이름을 쓴 ‘OOO표’ 로션 제조를 마친 할머니들이 박 소장을 따라 향하는 다음 장소는 본 건물 왼쪽에 마련된 명상휴식실이다. 유럽의 펜션을 연상케 하는 복층 구조의 방에 나란히 누운 할머니들 머리맡에서 박인미 소장은 수면과 휴식에 도움을 주는 ‘싱잉볼’ 연주를 시작한다. 그가 몇 해 전 네팔 여행에서 건진 최고의 선물이다. “네팔에서 이건 생존을 위한 밥그릇이에요. 그릇들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누군가에는 힐링이 되었고, 지금 이곳에서 치유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죠. 생존 도구가 힐링 도구라는 것. 삶과 치유는 별개가 아니라 맞닿아 있다는 것, 그걸 알려주고 싶어요.

‘피로사회’에 지친 사람들 안아주는 따뜻한 품이었으면

때론 나지막이, 때론 속삭이듯, 때론 묵직하게 가슴을 파고 드는 네팔의 소리 속에서 휴식, 명상, 혹은 짤막한 잠을 청한 할머니들은 독일에서 제작한 체를 이용해 박인미 소장이 만들어낸 바다의 거친 파도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 이제, 오늘의 힐링 프로그램의 대미를 장식할 식사 시간이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눈을 밟으며, 할머니들은 농장 내 ‘힐데루시 비건카페’로 향한다. 카페로 향하는 길에 달력에서나 볼 법한 포천의 겨울 논밭 풍경이며 에서 영감을 얻어 이름을 지었다는 래브라도종 ‘매튜’와 ‘앤’을 만나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다. 카페를 겸한 식당에서 할머니들은 ‘치유식’이라 이름 붙인 오색찬란한 채식 중심의 식단을 만난다. 곱게 간 비트주스, 아삭아삭 식감이 좋은 나물 모듬, 연어 튀김을 얹은 샐러드, 시금치 달걀 프리타타, 단호박밥으로 구성된 식단은, 분명 치유 그 이상의 충만함을 선사하고도 남는다. 색감, 맛, 소리, 냄새, 창 안으로 들인 바깥 풍경 모두 하나로 어우러지는 ‘치유 종합세트’다. “엄마들, 오늘 어떠셨어요?” 박인미 소장의 물음에 할머니들은 “다 좋았지 뭐!” “밥까지 끝내주게 맛있는데?” 하고 만족감을 표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6년 연속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 빈곤, 외로움으로 인해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어린이, 노인이 아니더라도 치열한 경쟁과 속도 전쟁에 내몰리다 보면 모든 걸 팽개친 채 사라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식물을 가꾸면 공감 능력이 높아진다거나 텃밭을 가꾸면 우울증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농업과 농촌의 사회적 기능을 뒷받침해 준다.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 건강을 지키는 치유농업의 활성화가 절실한 이유다.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을 나오며 조만간 또 봤으면 좋겠다는 작별 인사를 나누는 할머니들을 보며 휴식과 치유, 공존으로 나아가는 길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 이곳에 와서 밝아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치유받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최대 수혜자인 셈이죠.❞

Mini Interview

치유농업, 치유농장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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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이소희 농촌지도사 (포천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장 )

농업기술센터에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포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자원팀에서 도시농업, 치유농업 육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도시농업 교육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요. 관련해서 도시농업 전문인력 육성 및 시민텃밭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농촌 치유농장도 육성하고 있습니다.

컨설팅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나요?

치유농업의 이해, 치유농업 시설 준비 등이 치유농장 품질인증의 필수 과정인 만큼,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2달간 현장을 방문해 치유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을 3회기 정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농촌치유농장 조성 후에는 노인 대상 치유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사업 효과를 평가하고 분석했습니다. 실효성을 기준으로, 강화할 점을 강화하고 보완할 점은 보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포천 힐데루시자연치유 농장에는 어떤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했나요?

사업 내용면에서 보자면 체험장 기구, 기자재 구입, 농장 공간디자인, 스트레스측정기 구매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원해드렸습니다. 치유농업 시설 운영자에게 필요한 기초 소양과 전문능력을 갖출 수 있게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연계해 기초 100시간, 심화 50시간 과정의 치유농업 시설 운영자 교육을 수료할 수 있게 컨설팅을 해드렸습니다.

힐링팜이 지역에 갖는 의미, 가치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치유농장은 현대, 도시민에게 정신적 휴양을 제공합니다. 장애인,노인,우울증 환자 등 사회적약자들의 치유활동을 돕는 등 사회적 서비스까지 담당합니다. 농촌 자원을 활용한 교육, 치유프로그램 운영, 치유 공간 구성을 통해 치유적 관점에서농촌의 공익적 기능 확대는 물론이고 새로운 농촌 체험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도시민의 문제를 농촌이 해결함으로써농업·농촌의 사회적 가치 확대 및 농가 소득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